제목 | 일타스님 법문 중 | ||
---|---|---|---|
등록일 | 2017/12/04 | 조회수 | 1039 |
작성자 | 낙천원 | 주변에알리기 |
자기를 버리면 부처가 보인다
경남 통영의 한 바닷가 마을에 의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간 남편이 풍랑에 휩쓸려 바다에 빠져 죽자 아내는 지아비의 뒤를 따라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바닷가로 시체가 떠밀려 왔는데 아내가 남편을 꼭 껴안은 채 한 몸이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망망대해의 바다 한가운데서 빠져 죽은 남편을 아내가 부둥켜 안고 돌아온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 것을 보고 감격하여 장사를 성대히 치른 다음 무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 주변의 나무에 벌레들이 모여들어 나뭇잎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잎을 모두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열녀 조씨’라는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이에 나라에 상소하니 나라에서는 열녀각을 짓고 비석을 세워 이 아름답고 훌륭한 이야기가 길이 후대에 귀감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후세에까지 남게 된 것은 모두가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였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없애고 부모만을 위할 때 진실한 효도라 하고, 자기를 없애고 오직 나라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임할 때 충신이 되는 것입니다.
이들 충신, 효자, 열녀도 개인의 즐거움을 버리고 어려운 일을 행하여 만인의 존경을 받았는데 하물며 성인이나 부처님이겠습니까?
수행인은 난행고행(難行苦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난행고행이 성인을 만드는 길임을 명심하고 벼랑 끝에서 손을 놓아 버리는 난행고행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참된 법왕자 부처님의 아들은 출가를 하고 안하고에 따라 구별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한 몸의 쾌락을 능히 버리는 사람, 행하기 어려운 것을 능히 행하는 사람은 성인과 같이 공경받습니다.
선행을 위해 난행고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의 우러름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은 벼랑에 매달려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탁 놓을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난행고행은 자제의 능력에서 솟아납니다. 자기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는 힘은 정진하고 수행함으로써 길러집니다.
만일 자기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모든 것을 이길 수가 있습니다. 뛰어난 도덕의 힘을 갖는 것도 이 자제력 때문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자제의 능력 때문이며, 모든 사물의 이치에 통달하는 지혜도 자제의 능력을 통하여 만들어집니다.
특히 중노릇은 무엇보다도 자재력이 요구됩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이성을 보고 ‘저 사람 같으면 내 생애를 다 바쳐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났을 때 그것을 과감히 뿌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그 자리에서 멈칫거리지 말고 무조건 멀리 떠나야 합니다. 술 한 잔, 고기 한 점 쯤은 먹지 않겠다는 결심 하나로 능히 멀리할 수 있지만 애욕의 마음을 자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싯달타 태자가 출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도를 닦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은혜와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수행하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아내 야수다라, 아들 라후라에 대한 애착을 쉽게 떨쳐 버릴 수가 없었 것입니다.
그러나 싯달타 태자는 마침내 모든 것을 여의고 설산으로 출가했습니다. 바로 벼랑에 매달려 손을 놓아버리는 대장부의 마음으로 한밤중에 왕궁을 뛰어넘어 출가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 놓아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승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 붙잡고 내 것, 네 것하며 잡아당기다가 그냥 놓아버리면 놓는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기어코 그것을 차지하겠다고 갖은 애를 쓰며 잡아당겨 봤자 힘만 들 뿐입니다. 실체를 모르는 이상, 그것은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탁 놓아 버리면 저쪽에서 잡아당기던 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내가 이기는 것입니다.
놓아버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 내가 가져야겠다는 생각, 내가 이루어 내겠다는 생각 등이 마음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생각부터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때 진정한 승리자가 되며 성인과 부처님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더욱이 수행인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합니다. 난행고행의 길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난행고행이 성인을 만드는 길임을 명심하고 벼랑 끝에서 손을 놓아 버리는 난행고행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